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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뜨억

[요스가노소라] 소라 루트 결말의 재해석

 

 

 

비록 다른 의미에서 유명세를 타긴 했지만 요스가노소라는 상당히 잘 만든 애니다. 전체적인 작화나 BGM은 말할 필요도 없고, 아마가미와 같이 옴니버스 전개로 진행 되서 애니 자체가 미연시 원작 애니치고 굉장히 깔끔하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상징적인 연출이 굉장히 많이 쓰인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는 똑같은 애니를 보고도 사람들마다 다르게 해석되는 재밌는 상황을 발생시켰다. 특히 소라 루트에선 알게 모르게 은유법이 상당히 많이 나와서 별의 별 해석이 다 나왔는데, 이번에는 그 해석들 중 하나를 글로 써볼까 한다. 물론 요스가노소라의 제작사에선 아니라고 입장을 표명했으므로 단순히 '이런 해석도 있구나'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봐주었으면 좋겠다.

 

 

 

소라 루트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소라와 하루카가 기차를 타고 근친혼이 허용되는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이 장면이 원인이 되어 수 많은 해석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소라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검은 토끼 인형.

 

애니를 보면서 눈치 빠른 사람들은 눈치 챘겠지만 마지막 장면에 저 토끼 인형이 멀쩡히 있다는 건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토끼 인형은 소라가 사라지기 전, 폭주할 때에 이미 찢겨진 상태였다. 물론 하루카의 시점에선 찢어진 토끼 인형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소라와 하루카가 떠나고 난 뒤, 집을 살펴보는 친구들에 의해 찢어진 토끼 인형이 확실히 발견된다.

 

'이건 단순히 제작진의 실수가 아닌가?' 하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솔직히 그렇게 보기엔 무리가 있다. 안 그래도 애니 자체가 상징적인 연출을 많이 시도해왔으며 특히 토끼 인형은 소라의 분신이라고 해도 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중요한 소재를 가지고 이런 단순한 실수를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다시 말하자면 기차 안에서의 토끼 인형 무사귀환은 제작진의 노림수.

 

그렇다면 찢어진 토끼 인형이 멀쩡하게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냐? 이는 기차 장면이 현실이 아닌 카스가노 남매의 죽음을 의미한다고 보면 답이 나온다.

 

 

 

애니의 시작을 알리는 1화의 첫장면과 애니의 끝을 알리는 12화의 마지막 장면을 비교해보면 두 장면이 비슷한 걸 알 수 있다. 물론 둘의 관계는 처음과 비교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기차라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은 같다.

 

여기서 약간 억지처럼 들릴지 모르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같은 교통수단으로 오고 가는 것은 일본의 소설에서 '죽음'의 의미로 꽤 많이 쓰인다. 소라 루트의 마지막 장면은 현실이 아니다. 소라와 하루카는 죽었고 기차 장면은 죽음 이후의 세계로 가는 것을 상징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토끼 인형이 멀쩡히 돌아온 것도 어느 정도 앞뒤가 맞아떨어진다.

 

그럼 소라와 하루카는 왜 죽었는가?

 

 

 

 

 

범인은 아키라(무녀)다.

 

 

 

 

일단 하루카가 소라를 찾으러 다닐 때 아키라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다 과거 일을 떠올리고는 그만두는데 이 때 아키라는 인기척을 느껴 방에서 나오고, 문이 열려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소라에게 호수의 정보를 흘린 것도 아키라.

 

소라와 하루카의 사정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고, 호수를 알고 있고, 열린 문을 통해 누군가가 신사에 왔음을 알게 된 아키라.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둘이 죽고 난 뒤, 친구들이 카스가노 남매의 집을 둘러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친구들이 다 같이 모여 방을 하나씩 조사하는 것이 아닌 한명씩 따로 방을 조사하는 연출을 썼는데, 다른 친구들이 본 방은 평화로웠던 방뿐이지만 여기서도 아키라만 소라 남매의 불안정한 관계를 의미한, 난장판이 되어버린 방을 보고 있다. 찢어진 토끼 인형도 여기서 확인되었고. 이는 오직 아키라만이 소라와 하루카의 사정을 제대로 눈치채고 있었다는 연출.

 

 

 

마지막으로 죽은 후의 소라와 하루카의 근황은 카즈하에게 핸드폰 메시지 형식으로 전달됬는데, 그 마을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건 카스가노 남매와 카즈하밖에 없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냐면 핸드폰을 조작해서 카스가노 남매의 거짓된 근황을 연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건 카즈하와 절친한 아키라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핸드폰의 기본적인 사용법도 모를테니 말이다. 아키라가 신사에서 카스가노 남매를 죽이고 난 후 핸드폰을 빼돌려, 카즈하에게 거짓 근황 메시지를 보냈다고 하면 앞뒤가 맞아떨어진다. 난장판이 된 채로 방치된 방도 카스가노 남매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살해됬다고 생각하면 설명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