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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뜨억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쿠로네코 순애보

 

나는 오타쿠 취미에 중2병이 있다. 거기다 낯가림도 심해서 중학교 때까지 친구가 한명도 없었다.

용기를 내서 오타쿠 커뮤니티 오프 모임에 나가도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회장과 예쁜 여자 아이와 그 아이의 오빠와 만났다.

오빠는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이상형)하고 똑같이 생겼다.

회장과 그 아이의 오빠는 나에게 상냥하게 대해줬고 여자 아이와는 진심어린 말을 할 수 있는 친구가 됬다.

늘 혼자 참가하던 여름 코믹마켓에도 같이 가게 됬다.

오빠가 내 동인지에 대해 궁금해해 '어차피 이해 못하겠지' 하고 대충 설명해줬지만 멋지다는 말을 들었다.

예쁜 여자 아이와 같이 매번 오빠에게 독설을 했지만 오빠는 투덜거리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줬다.

게임 이벤트에서 한정판 디스크를 얻어 여자 아이에게 선물했다. 오빠가 그 여자 아이 대신 고맙다고 했다.

오빠가 고마움을 표현하며 자신의 동생과 놀고 싶으면 집으로 놀러오라고 했고 '생각해볼게' 하고 대답했다.

오빠의 집에 놀러갔는데 사소한 걸로 여자 아이와 싸우게 됬다. 그리고 오빠가 우리를 화해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오빠가 동생에게 계속 매도 당하면서도 잘 돌봐주는 걸 보고 이유를 묻자 남매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수긍한 뒤 좋은 오빠가 있어 부럽다고 하자 여자 아이가 자신의 오빠가 좋냐면서 놀려댔다.

당황해서 오빠같은 건 출세도 못하게 생겼고 내 이상형에서 너무 멀게 생겼다고 악담을 퍼부었다.

오빠가 여동생의 고민을 들어주는 나에게 '좋은 녀석'이라고 해줘서 불쾌한 어투로 받아쳤다.

여자 아이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출판사에서 남매 행세를 하느라 처음으로 '오빠'라고 부르게 됬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오빠라고 불렀다.

프로 편집자에게 내가 쓴 소설을 계속해서 지적 받자 서러워서 울어버렸다. 우는 나를 보고 오빠가 나 대신 진심으로 화를 내줬다.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는 나를 계속 위로해줬다.

다음에 편집부에 투고를 하러 갈 때 같이 가줄 수 있냐는 말에 오빠는 흔쾌히 잘 부탁한다고 했다.

고양이 귀 + 메이드 복장을 하자 오빠에게 잘 어울린다고 칭찬 받았다.

오빠와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했더니 오빠가 기뻐하며 교복 차림도 칭찬해줬다. 선배라고 부르자 좋아했다.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같은 반의 친구들에게 붙임성 없이 대해 친구가 없었다. 점심도 늘 혼자 먹었다.

커뮤니티의 회장이 친구보다는 오빠와 함께 있고 싶어서 친구를 안 만드는게 아니냐고 농담을 해 당황해서 오빠에게 베개를 집어던졌다.

나머지 청소 당번들이 그냥 가버려서 혼자 청소하고 있자 오빠가 몰래 청소를 도와줬다. 바보 취급 하지 말라며 화를 내버렸다.

오빠는 곧 사과했지만 내가 걱정된다며 앞으로도 공연한 참견을 계속 할 것이라고 했다.

나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오빠는 3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게임 연구회에 같이 들어와줬다. 덕분에 게임 연구회에 친구도 생겼다.

오빠의 방에서 단둘이 게임을 만들게 됬다. 오빠는 게임 제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아무런 불평없이 스스로 날 도와줬다.

오빠의 침대에 무방비하게 엎드려 있자 오빠가 남자를 착각시키는 일은 하지 않는게 좋다고 걱정해줬다.

오빠에게 당신의 여동생이 좋아하는 만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오빠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학교 뒷편으로 오빠를 불러 고마운 마음을 전한 후 볼에 뽀뽀를 했다. 부끄러워서 저주를 내린 것이라고 변명했다.

오빠가 다른 여자에게 잘 해주는 것을 보고 기분이 나빠져서 때려줬다.

오빠와 같이 만든 게임이 욕을 먹어 화가 났다. 게임 연구회 부장은 이 게임은 너희들의 자식과 같다고 했다. 오빠의 눈치를 살폈지만 별 반응은 없어 보였다.

오빠가 내 사복 차림을 보고 싶다고 했다. 사복 차림을 보여주자 청춘 영화의 여주인공 같다며 칭찬해줬다.

저번 코믹마켓 때는 혼자서 일러스트를 그리고 소설을 써서 동인지를 만들었다. 인쇄하는데도 돈이 꽤 들어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추운 장내에서 혼자 우두커니 서서 동인지를 팔았다. 하지만 90% 가까이 못 팔았다. 다 팔지도 못한 책들을 카트에 실어 전철을 타고 집에 쓸쓸히 돌아갔다.

이번에는 오빠하고 친구들과 함께 동인지를 만들었다. 오빠와 같이 디지털 카메라를 사 코스프레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오빠의 코스프레 차림을 칭찬하자 오빠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엄청 기뻐해줬다. 부끄러워서 어깨에 올린 손을 쳐냈다.

코믹마켓에서 동인지를 처음으로 다 팔았다. 다 팔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기뻐서 눈물을 흘리는 나에게 오빠는 다음에도 같이 하자고 했다.

마음에 드는 목걸이를 발견하자 오빠가 아무렇지도 않게 선물해줬다. 기뻐서 목에 걸고 계속 만지작거렸다.

오빠가 엄친아 같은 스펙을 가진 남자를 보고 질투하자 오빠도 나쁘진 않다고 위로해줬다. 오빠가 고맙다고 했다.

오빠의 생각을 알아맞추자 놀란 오빠가 그것도 내가 맨날 말하는 어둠의 능력이냐고 물어봤다. 그건 어둠의 능력이 아니라 오빠를 쭉 봐와서 알 수 있는 거라고 대답해줬다.

오빠가 얼굴을 붉히며 그런 말을 들으면 착각할지도 모른다고 해서 착각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저기.. 선배..」

 

「...왜?」

 

「나 말야, 그 때부터 쭉 생각해 온 게 있었어.」

 

「...생각해 오던 것?」

 

「응, 하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어느 쪽을 선택해도 후회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사실 이렇게 곤란해 하는 것도 태어나서 처음일 지도 몰라. 그래서 말야.. 결국 나는 어떤 사람을 보고 나서 나의 마음에 솔직해 지기로 결심했어. 즉  자신의 욕구에 솔직해지는 욕심쟁이가 될 거야. 그 애는 절대 어느 한 쪽을 포기하려 하진 않을 테니까..」

 

「미안.. 난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지..」

 

「상관 없으니까 제발 듣기만 해 줘. 난.. 이제 주저하지 않을 거야. 내가 납득할 때까지. 내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때까지 최선을 다 할 거야.」

 

 

 

학교 뒷편으로 오빠를 불러내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오빠가 고백을 받아줬다. 기뻐서 울어버렸다.

고백한 날 집에 돌아와 너무 기뻐 엎드린 후 방석을 껴안고 소리를 지르며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동생들이 오빠에 대해 물어봐서 멋지고 상냥하고 정말 의지가 되는 사람이라고 자랑해줬다.

밤에 오빠와 사귀면서 하고 싶은 것들을 노트에 쓰기 시작하자 정신을 차려보니 노트는 빼곡히 적혀있었고 아침이 되버렸다.

오빠와 함께 노트에 써있는 것들을 하나 하나 같이 했다.

오빠와 데이트도 했다. 저번에 하얀 옷이 잘 어울린다고 말해줘서 하얀 옷을 입고 갔다. 성숙해 보인다고 칭찬받았다.

오빠와 손도 잡고 걸어봤다. 하지만 너무 부끄러워서 손을 잡고 걷는 건 좀더 연습하고 나서 하자고 했다.

오빠에게 나와 사귀게 된 걸 후회하지 않냐고 묻자 오빠는 오히려 정말 즐겁고 너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서 기쁘다고 대답해줬다.

오빠가 우리 집에도 놀러왔다. 내 동생들과 오빠가 많이 친해졌다.

오빠와 함께 수영장에도 갔고 불꽃놀이도 보러 갔다. 유카타 차림을 보여주자 카구야 공주 같다며 칭찬해줬다.

여름방학 내내 매일매일을 오빠와 함께 보냈다.

그리고 오빠와 헤어졌다.

내가 오빠를 차버렸다. 오빠를 너무 너무 좋아하지만 친한 친구인 오빠의 동생의 진심을 끌어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통보했다.

헤어진 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방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엉엉 울었다. 며칠동안 영혼이 빠져나간 듯이 지냈다.

풀이 죽은 날 보다못한 아빠가 가족여행으로 온천에 데려다 줬다. 그런데 오빠가 날 찾아서 온천까지 왔다.

내가 쓰러지자 오빠가 업어줬다. 내 동생이 오빠에게 어떻게 여기 있는 거냐고 묻자 오빠가 당연히 나를 만나러 온 거라고 대답했다.

오빠는 자신의 동생과의 일이 결착이 나면 자신의 마음을 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빠는 결국 모든 일에 결착을 짓고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를 찾아왔다.

오빠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나와 사귀지 못하겠다고 고백했다.

웃는 얼굴로 패배를 인정했다. 오빠가 더이상 나에게 얽매이지 않도록 오빠와 함께 하고 싶었던 일들을 적은 노트를 그 자리에서 찢어버렸다.

미소를 지으며 오빠를 보내주려고 했다.

하지만 눈물이 났다.

자꾸만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결국 엉엉 울고 말았다.

 

 

 

하드에 쌓인 수많은 짤들을 정리하다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짤을 보고 문득 쿠로네코 생각이 나 그녀의 시점에서 본 쿄스케를 정리해봤습니다. 쭉 정리하고 보니 boy meets girl 소설을 보는 것처럼 아련함이 느껴지네요. 오타쿠 취미에다 사기안 중2병, 독설도 거침없이 하는 까칠한 성격이지만 실은 가정적이고 매사에 열심이며 누구보다 남을 생각하는, 사랑에 빠진 소녀 쿠로네코에게 쿄스케와 친구들은 구원 그 자체였죠. 개인적으로 쿠로네코는 정말 애정이 많이 갔던 캐릭터였는데 결말이 저딴(?) 식으로 나버려서 굉장히 안타깝습니다.ㅠㅠ